89년 발표한 Like A Prayer 는 다시 한 번 마돈나를 논란의 소용돌이의 중앙에 위치 시킨다. 드디어 음악적으로 깊이를 가지기 시작하고 좀더 '심각해진' 이 앨범에 대한 논란은 마돈나의 성적 표현과 '반기 독교적' 인 행위 때문이었다.<Like A Prayer> 뮤직 비디오에서의 흑인 신부와의 키스 장면은 그녀의 지원군이었던 MTV 에서조차 방영 금지를 당하였고, 그녀와 계약을 맺었던 펩시 콜라 사는 압력에 의해 마돈나가 출연한 광고를 단 한 번 상영하고 자체 중단하였으며 울며 겨자 먹기로 마돈나에게 모델료 몇 백만 달러를 지불하여야 했다. 마돈나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자신에 대해 떨어진 관심을 다시 끌기 위한 선정적인 태도로 규정하는 측과 마돈나의 자의식의 외화로 해석하는 측의 의견으로 갈리며 다시 한 번 의견이 분분 하였지만 이는 모두 정답일 수도 오답일 수도 있는 반쪽 해석일 수밖에 없다. 마돈나의 행동은 자신의 모순에 근거한 정체성에 기인된 것이고, 실제 마돈나의 음악 산업 시스템 내의 스타로서의 본분 (?) 을 잊지 않는 행위와 자신의 실제 생활 - 공공연히 양성애자임을 드러내며 자신의 성생활에 솔직한 - 에서 비롯되는 것이 항상 혼재되어 있다. 이러한 화제거리 때문에 놓치기 쉬운 이 앨범의 내용물은 마돈나의 80년대 최고의 앨범 (이후로도 최고일 지도 모르는), 프린스와의 공동곡 <Love Song>, '워너비' 의 송가 <Express Yourself> 등이 실려 있는 이 앨범 이후 마돈나는 80년대 자신의 음 악을 정리하는 베스트 앨범 The Immaculate Collection 을 발표하며 90년대 를 맞이한다.

너 자신율 표현하라 Express Yourself
90년대의 마돈나는 음악보다는 영화에 그리고 자신의 사업, 매버릭 (Maverick, 필름/음반 레이블인 마돈나의 회사 매버릭은 타임 워너 사와 6천만불의 계약을 맺고 시작하여 앨라니스 모리셋의 Jagged Little Pill 을 발매하여 대히트를 기록

하였고, 쿠엔틴 타란티노의 'Four Rooms' 등을 제작하였다) 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이미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하였던 마돈나는 91년 'Blonde Ambition 투어' 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진실 혹은 대담' 를 발표하고, 92년 '그들만의 리그' 에 출연한다.
다시 마돈나가 세간의 화제에 떠오른 것은 자신의 누드 화보집 'Sex' 발매 이 후. 마돈나는 이 비싸고 조악한 재질의 소프트 포르노그래피와 비슷한 시기 3년 만의 정규 앨범 Erotica를 발표한다. 그러나 'Sex' 와 Erotica 모두 부정적인 평을 얻으며 이제 마돈나의 시종가도 한물 갔다는 말이 나돌기 시작하였고 94 년 Bed Time Stories의 첫 번째 싱글<Human Nature>가 차트 40위 조차 오르지 못하자 그것은 이미 결정된 이야기처럼 되었다. 그리고 95년 발표된 발라드 모음집 Something To Remember 를 발표하며 마돈나의 모습도 차분한 금발 머리에 고급스러운 취향으로 변화한다. 물론 좀더 '어른스러운' 댄스 비트의 Erotica와 R&B를 차용한 Bed Time Stories의 사운드의 변화 그리고 정식 앨범은 아니지만 Something To Remember에서 차분히 발라드 곡을 부르는 마돈나의 모습은 (당연히도 이에 따른 패션 또는 이미지의 변화와 함께) 분명 과도기의 불안정함을 담고 있지만 이를 '오래된' 스타의 살아남기 전략 쯤으로의 인식은 지나치게 평가절하된 것이다. 물론 위기가 닥칠 때마다 금발로 변화한다는 지적이 크게 틀린 것은 아니지만 90년대 마돈나의 변화는 결코 순화된 중산층의 이미지 또는 보수적인 측으로의 회귀가 결코 아니다. 마돈나는 자신의 위치에 (벌써 불혹의 나이가 아닌가!) 어울리는 모습을 찾아가는 진행형의 과정에 있을 뿐이고 그녀의 태도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94년 레터맨 쇼에서 출연한 마돈 나는 자그만치 l5회나 '삐-' 소리를 연발시켰다). 그리고 90년 이후 발표한 앨범들은 차트 순위와 무관하게 여전한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인 시각들을 떨쳐낸 계기를 제공한 것은 '에비타' 의 출연. 이를 둘러싸고도 여러 말들이 많지만 마돈나가 에바 페론 역을 따내기 위해 자신이 그 역에 합당한 이유를 편지로 직접 적어 보내 그것에 감격한 감독 알란 파커가 후보 리스트에 올라있지 조차 않은 마돈나를 전격적으로 발탁한 일은 마돈나의 적극적인 삶의 방식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화이다. 에바 페론 역을 맡은 마돈나는 철저히 '에바 페론' 이 되어갔고 (심지어 에바 페론의 옷을 만들던 디자이너에게 지신의 의상을 부탁하였다) 아르헨티나의 촬영 반대를 이겨내며 평소 마돈나가 탐내고 있다고 소문이 있던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함께 훌륭히 '에비타' 를 촬영하였다. 96년 개봉 결과 '에비타' 는 성공적인 홍행과 호의적인 평을 받았고 마돈나는 골든 글로브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위치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던 이들에게 당당히 자신의 본판을 보여주며 Evita O.S.T 에 실린 <You Must Love Me>도 오랜만의 넘버 원 히트를 기록한다. 그리고 득녀까지.

마돈나, 다음엔 무엇을? What's Madonna Going To Do Next?
마돈나의 4년만의 정규앨범 Ray Of Light는 마돈나 판 90년대 말의 댄스뮤직. 윌리엄 오빗 (William Orbit) 과 오랜 파트너 패트릭 레오나드를 이번 신작의 공동 프로듀서로 맞이하여 제작한 신작의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요인은 80년대부터 프린스, 휴먼 리그, 이레이저, 말컴 맥클라렌 등의 앨범에 프로듀서 또는 리믹서로 참여하였던 윌리엄 오벗의 역할이다. 그리고 80년대 초 디스코 비트로 시작하여 댄스 뮤직의 본판을 보여주었고, 이후 훵크, R&B, 소울, 라틴 리듬 등의 음악을 차용하였던 마돈나의 일렉트로니카로의 진입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디

트로이트 디스코에서 디트로이트 일렉트로니카로, 이런 대단한 회귀본능이라니!).
이번 신보의 첫 번째 싱글은 <Frozen>. 패트릭 레오나드와 마돈나가 공동 작업한 이 곡을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마돈나의 곡이라고 바로 알아챈다는 것은 좀처럼 어려운 일일 정도로 이번 앨범은 4년이라는 시간의 간극만큼의 변화의폭을 가진다. 첫곡 <Drowned World/Substitute For Love>를 시작으로 지속되는 굴절된 기타 리프가 전자음과 뒤섞이는 <Swim>, 80년대 신서팝의 코드와 비트에 음색의 변화의 폭이 큰 마돈나의 보컬이 얹어진 앨범 타이틀 동명곡 <Ray Of Light> 등의 곡을 지나오며 가장 크게 부각되는 부분은 앨범의 전체적인 질감이다. 이것은 마돈나의 이전 분위기가 살아있는 곡 <Nothing Really Matters> 조차

근본적인 질감은 90년대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결정적으로 마돈나는 이번 신작에서 당대의 조류를 모두 차용하기로 작정한 것처럼 앨범 내에서 일관 되지 않은 구성을 보이며, 이러한 점은 싱글 커트 곡인 일렉트로니카 팝 <Frozen>, 캐러비안 비트의 <Shanti/Ashngi> 등에서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불혹의 나이에도 또다시 자신의 정체성의 변화에 도전하는 마돈나의 이러한 시도를 보며 시대의 흐름에 뒤지지 않으려는 안쓰러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자신을 고정된 위치에 두지 않고 변함없이 팝이라는 일관된 테두리 내에서 변화해 온 마돈나의 지금까지의 태도를 인정한다면 이번 Ray Of Light는 충분히 '마돈나다운' 태도의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