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5집 : 1983 / 지구레코드
세션 :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70-80 년대 대중음악사를 둘러 볼 때 가장 메이저 뮤지션으로 활동했던 사람이 알다시피 조용필이었다. 그는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같은 트로트로부터 시작하여, 80년대 초반<단발 머리>같은 곡으로 최초의 '오빠 부대' 를 형성시키기도 하였고, 그 자신의 백 밴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을 결성하여 라이브 세션의 중요성도 강조했던 가수였다. 이 밴드에는 최이철, 송홍섭, 김종진, 전태관 등 당대 최고의 세션 연주자들이 거쳐갔었고, 당시 세션 계에서는 이 밴드에 참가하는 것을 일급 세션맨임을 나타내는 보증서로도 여겼다. 조용필의 이 음반에는 그 자신의 음반들 중에서 가장 록 필이 진하게 묻어 나는<황진이>,<한강> 같은 곡들이 있었고, <친구여>는 당시 히트한 곡이었다. 84년 벽두를 장식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전체적으로 기획한 TV 프로그램 '굿 모닝 미스터 오웰' 의 막간 (국내에서만) 에 자신의 밴드와 같이 나와서 부르기도 하였던<황진이>는 그에게는 가장 독특한 곡이었다.

김정호 Life : 1983 / 아세아레코드
세션 : 가난한 악사
스스로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안 김정호는 80년대에 들어와서 70년대에 했던 자신의 음악 스타일에서 벗어나서 '고통과 허무' 의 음악인 블루스를 자신의 음악에 접목시킨다. 그 결과로 나온 음반이 Life 였고, 이 음반에서<님>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장례식을 위해 만든 장송곡이 되었다. 당시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초췌한 모습으로 블루스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던 그는 이 음반을 자신의 유작으로 만들고 말았다.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음악에 블루스의 접목을 시도하였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일부에서만 이를 느낄 수 있는 상태였다. 만약 1장의 음반이 더 나왔다면 완성된 자신의 음악 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붉게 물든 하늘 저편 언덕에 / 거친 바람 불어와 놀다간 자리 / 나는 보았네 타오르는 불꽃 / 그 속에 들려오는 생명의 소리" -「한 세상에 태어나」(김정호)

송창식 참새의 하루 : 1986 / 한국음반
세션 : 키보드 - 이호준, 변성용, 조동진 / 베이스 - 조원익, 신현권 / 기타 - 최이철, 최춘호, 송창식 / 드럼 - 유영수, 김희연
60년대 말 윤형주와의 듀엣 트윈 폴리오로 대중음악계에 데뷔한 그는 70년대 솔로 활동시<그대 있음에>, <새는>,<토합산>같은 곡들로 인기를 얻었던 뮤지션이었다. 75년 대마초 파동으로 상당수의 뮤지션이 활동 정지를 당했을 때는 살아남은 뮤지션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아티스트로 대접을 받았던 가수였다. 80 년에 발표한 <가나다라> 같은 곡으로 전국민의 호응을 받았고, 당시 지식인 사회에서 사랑을 받았던 진보적인 월간지「뿌리 깊은 나무」(지금의 '말' 과 '리뷰' 의 중간 성향의 잡지였음) 에서도 인터뷰를 할 만큼 전 계층에서 무리 없이 좋아하였던 가수였다. 그런 그가 86년에 낸 이 음반은 트로트, 가곡, 국악, 록을 '헤쳐 모여' 시킨 작품이었다. 타이틀곡<참새의 하루>는 20마디에 불과한 선율과 리듬으로 트로트적인 질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장음계의 4번째와 7번째 음을 없앤 5음계의 곡을 만들었다. 그리고 <담배 가게 아가씨>는 최이철의 기타 세션이 빛을 발하는 록 음악이고, 그로서는 시험적으로 시도한 곡이지만 결과는 한국적인 록 음악으로 호평을 받기도 하였다.

이광조 세월가면 : 1987 / 성음
세션 : 보통사람들 - 양영수(드럼), 김영균(베이스), 함춘호(기타), 이관형(키보드), 안동렬(키보드)
70년대 말에 이정선, 한영애, 김영미와 같이한 포크 그룹 해바라기에서 음악 생활을 시작한 이광조는 그 이후 주류 가요 정서를 갖는 뮤지션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의 음반들 중 이영훈 (작사 / 작곡가) 과 같이한 이 음반에서는 보통사람들의 세션으로<세월가면>과 같은 아름다운 슬로우록 곡을 만들어냈다. 당시 이문세 전속 작사 / 작곡가였던 이영훈은 이문세의 4 집 작업 이후 잠시 이광조와 이 음반을 만틀었는데, 이로 인해 이광조는 자신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훌륭한 음반을 만들어내는 행운을 맞았다. 함춘호, 이관형, 안동렬의 세션은 빛났고, <세월가면>외에 <많은 시간이 지나가고>등은 명곡이다. 이 음반 이후에 91년에는 LA에서 녹음한 이별을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