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애 씨에게는 2-4 집 프로듀서였던 송홍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말인가? 내 주위에는 의논할 친구들이 많았다.
양희은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월을 많이 살았다고 좋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기 의지로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자기 일을 계속해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좋다 이전에 고마워한다. 왜냐하면 선배일 경우 나도 등 비빌 데가 있기 때문이다.

"30살이 되기 전까지는 나를 계속 살폈다고 생각한다"
음악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는가? 76년경 부터이다. 그 때 명동 카톨릭 여학생 회관 해바라기 홀에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2년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발표회를 가졌다. 그 때는 통기타 가수들이 서리를 맞던 시기라서 주로 대학생들의 새로운 좋은 노래 발표회 형식의 모임을 가졌다. 74년경 김의철, 이광조, 서강대 팀이 처음 발표회를 가진 게 해바라기의 시초이다. 그 이후 이정선을 초빙했고 그가 중심으로 등장했다. 그 때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들은 그 장소를 '해바라기 살롱'이라고 불렀다. 78년 해바라기 2집 이후에는 자유 극단에서 연극에 전념하느라 85년 솔로 l집을 준비하기 전까지 음악에서 떠나 있었다.
자신을 음악으로 이끈 동인은? 나는 노래를 해야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노래하게 된 데는 연극에 어느 정도 한계를 느끼기도 했기 때문이다. 30살이 되기 전까지는 나를 계속 살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갈증을 느끼고,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등이다. 어떤 것에 내가 가장 즐거워할 수 있고, 나를 쏟아 부을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될지를 이정선 등을 만나서 상의를 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내게 노래를 하라고 하였다. 나도 몸에 계속 무엇인가가 쌓이게 됨을 느꼈었고, 이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했었다. 그러다 보니까 내 속에 음악 이전에 어떤 소리가 차 옴을 알았고 그래서 다시 노래를 하게 되었다. 하도 오랜만에 노래를 하게 되어서 <건널 수 없는 강> 노래를 녹음하러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갈 때 기획자에게 "노래 어떻게 하는 거야"라고 물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흔들림도, 변함도 없고 단지 어떻

었다.
해바라기 시절에는 지금과 목소리가 다르지 않았나? 통기타 음악 시절이었기 때문에 창법을 그 음악에 맞췄다. 스트레이트하면서도 감성을 죽이는 스타일이었다. 더군다나 해바라기는 그룹이었기 때문에 내가 갖고 있는 감성, 정서, 소리 같은 것을 내 것의 사분의 일밖에 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 때는 훨씬 단순하고 현재 가지고 있는 목소리보다 키(key)가 조금 높았다. 솔로로 나오면서부터 뱃소리를 많이 쓰게 되었다.
이정선과는 오랜 세월 음악을 같이 했다. 뮤지션으로서 그를 보는 시각은? 그는 일단 믿을 만한 사람이다. 뮤지션으로서 섬광 같이 돌출되는 사람은 아니지만 늘 공부하고, 늘 연습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한국 사람으로서 우리의 정서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한다.

"재니스 조플린 같이 될 수만 있다면 좋겠다"
86년 솔로 1집은 <여울목> <완행열차>와 같은 짐작할 수 있었던 스타일의 곡들과 새롭게 '한영애' 를 알린 <건널 수 없는 강>, <도시의 밤>과 같은 이전과는 다른 노래들이 있었다. 이 곡들은 자신 뿐만 아니라 우리 대중음악계에도 새로운 출발 지점을 제시하는 곡들이었다. 자신으로부터 새로운 여자 가수상이 제시되었다는 것에 어떤 느낌을 갖는가? <건널 수 없는 강>은 내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정서를 가진 곡이였다. 그래서 앨범에 한 곡쯤은 그런 노래를 넣자고
















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 그 노래는 울부짖는 노래이고, 소리를 끄집어내는 노래인데 사람들이 거기에 공감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는 다양하게 제시해 주고 그들에게 선택하게끔 해야 한다고 느꼈다.
<건널 수 없는 강>은 85 년 이정선 7 집 30 대에 수록된 곡이었다. 원래 어쿠스틱 기타로만 연주되었던 이 소박한 블루스 곡을 폭발적으로 리메이크하려는 영감은 어떻게 떠올랐는가? 그 노래 가사를 참 좋아했었다. 대화의 단절이랄지, 가사에 의미를 많이 두는 편이다.
그 곡이 발표되었을 때 일부에서는 재니스 조플린을 떠올렸는데, 그녀와 비교

들에게 따로 교과서가 없었기 때문에 음악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뮤지션들은 비슷했다.
<바라본다>는 전인권, 박주연, 윤명운, 김현식 등이 후반부 코러스에 참여하였고, 음반 속지에 그들이 노래하는 모습이 실렸다. 그들에게 감사한다. 사실 사진을 못 찍을 뻔 했다. 김현식의 집이 바로 옆이었는데, 그가 "5분만 기다려봐!"라고 외치더니 집에 가서 카메라를 가져왔다. 그래서 사진이 남겨졌다.
동료들과 음악하는 것을 기념하려는 의도가 있었나? 그렇지는 않다. 그 노래에서 남자의 하이 부분과 굵은 목소리가 필요했다. 전인권은 굵은 목소리로 매우 높게까지 올라갔다. 그래서 그에게 요청했고, 박주연과 윤명운은 부르지 않았는데 녹음이 궁금해서 온 경우이고 그래서 코러스에 참여했다. 재미가 있었지만 유재하가 없었던 게 마음에 걸린다.

"어차피 삶이 고통이라고 하더라도 희망 때문에 덜 고통스러울 수 있다"
3집에는 작곡을 처음으로 시도한 <말도 안돼>라는 곡이 있다. 애초에 작곡을 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적이 있는데. 먼저 가사를 쓰고 난 뒤에 작곡가를 물색했는데, 모두 말도 안되는 가사라고 했다. 그래서 모노 코드로 직접 노래를 만들었다.
음악적인 흐름에서 다소 이탈한 3집을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은
이 음반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두 그렇
게 말했다. 나는 서서히 변했지만 너무
띄엄띄엄 음반을 내니까 사람들이
내 변화에 감당이 되지 않은 것이
었다. 흐름이 중요할 때도 있지만 반
복 주입의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있
다. 대중들이 간직 하는 한영애 상이
있기 때문에 실망하는 부분도 있었겠
지만 반대로 팬이 되는 사람들도 있었
다. 마음을 열고 들어주었으면 한다. 반역
이라고 느끼는 분들에게는 죄송하다 .
<말도 안돼>에서 "희망은 너와 내가 손잡
은 사람들에게 걸 수밖에"라고 하였다.
여기서 '희망'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
는지? 모든 종류의 희망을 말한다. 마지막
으로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사람
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선하고 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희망이다. 어차피 삶이
고통이라고 하더라도 희망 때문에 덜 고통
스러울 수 있다.
희망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노래
에 나오는 노랫말을 전체로 보는것은 조금
위험한 일이다. 희망 자체를 부정할 수도
있다. 어떤 때는 노래에 노랫말이 왜 필요
한 지를 묻기도 한다. 소리 만으로도 노래할

라이터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 아닌가? 나에게 아직 싱어송라이터라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고 그런 말을 듣고 싶지도 않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준 노래를 그 시점에서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면 그 노래를 부를 것이고, 내가 원하는 노래를 아무도 안 만들어주면 음악적인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그때는 스스로 만들 것이다. 그런 얘기를 했던 이유는 몇 년 전 유행처럼 "까수는 싱어송라이터이어야 한다"라는 말이 돌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그럴 필요가 꼭 있느냐라고 말한 것이다.
<창밖에 서 있는 너는 누구>, <돌아오지 못한 사람은>은 3집부터 시도한 작곡에서도 성과를 이룬 곡들인데. 훌륭한 곡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음반에서 빅 히트가 나온 곡도 없었다. 그리고 내가 작사, 작곡을 안 했다고 해서 한번도 어떤 대열에 넣지 않은 적은 없다.


"주어진 대로 살 것이지만 조금은 노력할 것이다"
녹음실에서 최고를 지향하고 완벽을 추구한다고 하였는데. 누구나 그럴 것이다.
향후 어떤 음악을 지향하는가? 어떤 스타일이라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튀어나오지 않는 형태로 우리나라 악기를 많이 썼으면 한다. 그래도 록이나 블루스가 바탕이 될 것이다. 형상화되어야만 이거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작업하는 5집은 어떤 음반이 되려는지? 항상 나는 개인의 오리지널리티가 무엇인지를 의심하는 편이다. 이제까지의 정리는 아니지만 통기타 음악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짚어가는 것은 어떨까라고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면 머리 속으로 구상하고 있는 음악들이 4-5년 후에는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지 않을까라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것은 몰라도 5집 음반에는 통기타 음악이 실릴 것이다.
참여 뮤지션은? 이번에는 밴드를 구성하고 싶다. 녹음 후 그 밴드로 1년 정도 콘서트도 하고 싶다.
삶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정직함이다. 정직한 것이란 더도 덜도 아니고 가진것 만큼에 대한 것이다. 넘치지 않는 것이다.
정직함이란 착함과 다른 것인가? 그렇다.
착한 사람은 있다고 생각하는가? 있다. 바로 한영애다. (웃음) 착하다 못해 욕망까지 접으려는 사람도 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예정하는가? 주어진 삶 속에서 성실할 것이다. 오는 대로. 그렇지만 미리 견제하고 막아낼 수 있는 정도의 노력은 할 것이다. 하지만 병이 오면 아플 것이고, 고통이 오면 쓰라릴 것이고, 기쁨이 오면 기뻐할 것이다. 주어진 대로 살 것이지만 조금은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