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 동아기획을 중심으로 모인 젊은 뮤지션들은 자신의 밴드 활동 외에도 서로의 앨범에서 도움을 주는 세션 체계를 구성하였다. (당시 발매된 앨범들의 크레딧을 살펴보면 이 공조 체제에 대해 금새 알아챌 수 있으며 이것이 동아기획에서 나온 앨범의 색채를 일정하게 하는 데 큰 공헌을 하였고, 지금도 그 체제의 일부가 계속되고 있다.)
그 중 세션 기타리스트로서 두각을 나타낸 이로서 들국화 출신의 최구희, 손진태, 어떤날의 이병우, 조동익, 김현식 앨범에 참여했던 박청귀 등과 함께 86년 시인과 촌장이 발표한 푸른 돛 으로 데뷔한 함춘호가 있다. 물론 푸른돛은 하덕규가 전적으로 주도한 앨범이었지만 당시 시인과 촌장은 분명 하덕규와 함춘호의 듀엣이었고, 그의 기타 연주는 단순한 기타 연주의 의미를 넘어선 하나의 목소리로 섬세한 하덕규의 바이브레이션과 함께 최상의 화음을 만들어 냈다. 시인과 촌장 이후 아직까지 밴드 활동에 대한 미련이 있던 그는 이광조의 백밴드인 보통사람들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세월가면 (87) 에 참여하였고, 같은 해 전인권과 허성욱의 추억 들국화 앨범에서 최구희와 함께 참여하여<여자>,<사랑한 후에>,<이유>등의 곡에서 리드 기타를 담당 하였다. 89년 김현철 데뷔 앨범에 손진태, 조동익 등과 함께 세션으로 참여한 그는 이들과 함께 도시적인 퓨전 재즈를 연주하는 프로젝트 밴드 야샤 (Yasha, 페르시안 고양이를 지칭하는 말) 를 결성하여 92년 연주 앨범 Yasha Collection을 발표하고, 단발 히트에 그친 아역 탤런트 출신 황치훈의 데뷔

앨범에 자신의 곡<추억 속의 그대>를 제공하며 세션을 맡기도 하였다. 세션맨으로서 위치를 굳힌 그는 95년 안치환 4집, 장필순 4집등 조동익이 프로듀싱을 담당한 앨범에 세션으로 참가하여 해당 뮤지션의 최고작을 만드는데 일익을 담당하였다. 특히 안치환 4집의<당당하게>,<수풀을 헤치며>등에서의 그의 활기차면서도 정갈한 배킹은 안치환의 변화를 가능하게 해 준 중요한 요소이다. 한상원의 평에 의하면 자신 만의 톤과 레벨을 가지고 있는 안정된 플레이를 하는 함춘호는 화려한 플레이 보다는 정제된 연주를 선호하였고, 감정이 앞서는 연주보다는 (이러한 연주는 시인과 촌장 이래 보기 힘들다) 필요한 요소를 적재적소에 집어넣는 훌륭한 배킹을 선보였다. 그는 현재 조동익 밴드의 일원으로 '조동익 : 프로듀서, 함춘호 : 기타 세션' 이라는 믿음직한 공식을 형성하였고, 후배 뮤지션들의 세션 활동에 치중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작년 집1 을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한 하덕규와 함께 시인과 촌장의 이름을 걸고 지난 5월 오랜만의 공연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