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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
the beeeeeat!!” 옆 섹션의 객석에서
어느 외국인이 끈질기게 고함을 지르고 있다. ‘Drop the beat, maaaan!” 아까부터 똑 같은 한 마디. Drop
the beat.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오늘 스매싱 펌킨스는 전혀 퍼즈 기타를 들려 주지 않고 있다. 첫 곡 <To Sheila>에서부터 관중은 (너무 좋아) 기겁을 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지만, 현재까지 그들은 그 부동자세로 계속 일어서(만) 있고, 그 자세로 성실하게 박수를 치는 것이 고작이다. <Disarm>이나 <Rocket>, <Zero>등을 잔뜩.. 물론 Adore 공연이니까 잔뜩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예의상 당연히 기대했던 게 분명한 그 외국인은 지금 꼭지까지 열을 받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참을성있게 밴드의 의도에 부응해주고 있다. 간 |
간이 객석에서 빌리와 이하를 외치는 목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바로 앞의 소녀 커플이 찢어지는 목소리로 기회있을 때마다 다아시를 불러대는것만 제외하면 곡이 끝날 때마다는
여지없는 착실한 박수와 환호다. 가만, 이런 건 어디선가 상당히 많이 본 장면인데.. 맙소사, 설마.. ‘열린 음악회?’ 하지만 정말 밴드의 의도는 뭘까? 처음부터 계속 이들에게서 피드백이나 퍼즈 + 디스토션 기타는 완전히 거세되어 있다. 앨범에서 이미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전제된 게 사실이고 낮의 인터뷰에서 정말 그럴 것이라는 예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펼쳐지는 이와 같은 광경은 다시 한번 의문을 낳았다. 지금 이렇게 나오고 있는 게 다른 밴드도 아닌 스매싱 펌킨스이기 때문에 눈 앞의 현실조차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상황. 이건 작은 초현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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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오늘 펌킨스는 그 어떤 기계음도 쓰지 않고
있다. <Pug>, <Tear>, 심지어 <Ava Adore>에서까지도. 드럼 머신과 샘플링
사운드로 포스트 그런지를 내세웠던 Adore앨범이 지금 100% 완벽한 기타-베이스-드럼-보컬의 리얼 타임 록 밴드 사운드로
현현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두 명의 피아노와 퍼커션 주자까지. 앨범이 빌리 말대로 big fuck-you라면 지금 라이브는
거기에 대한 bigger fuck-you이다. 그렇게 재생된 <Ava Adore>는 앨범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에서
최고였고(육중한 드럼 비트에 일견 재즈 터치의 피아노 솔로도!) 관중은 ‘we must never be apart’을 열심히
함께 불렀다. “I’m
D’arcy. Glad to be here.”
<Ava Adore>를 끝낸 뒤 ‘you love him’을 즉석에서 ‘she loves you’와 ‘you love
her’로 바꿔 부를 <Daphne Descends>로 진입하기 직전에, 이렇게 빌리가 입을 열었다. 환호하는
관중, 웃는 사람도 있다. 무대엔 지금 캐니 애러노프일 드럼과 퍼커션 한 명. 그리고 피아노 한 명의 백업 멤버들이 뒷편에
짜임새 있께 나누어 앉아 있다. (객석의 위치상) 한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다아시는 언제나처럼 묵묵하게 (간간이 백보컬을
거들기도 하지만 주로) 베이스에만 매달려 있고 감기 걸린 것 같다는 빌리의 설명대로 몸이 그다지 좋지 않은 듯한 이하는 심지어
앰프 더미에 가려 패달 밟으러 약간씩 움직일 때 외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자리한, 인터뷰 때와 똑 같은
차림의 ‘(볼드) 맨 인 블랙’ 빌리 코건. 거의 무대의 무게중심이자 시선중심이다. 그런 그의 모습은 지금 상당히 이완되어
있고 자신이 그것에 만족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Thru The Eyes Of Ruby>가 끝난뒤에는
큰 몸짓으로 손 키스를 객석에 보내고 깊은 폭으로 몸을 굽혀 인사하기도 한다. 관중은 이미 공연 초반부터 자신들의 부질없는
‘big sound’에 대한 기대를 접은 상태였고, 이후 자연스럽게 형성된 이 ‘포기’의 분위기는 지금 밴드가 유도하는 흐름을
절묘하게 잘 타고 있다. 빌리가 의도한 것이 이것이라면, 그는 적어도 실패하지 않은 것이다. 관중은 차츰 설득되고 있다. |
틱 버전의
<Tonight, Tonight>에 도무지 열광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 곡이 그렇게 충만한
일체감으로 들려진 적도 아마 없었으리라. 게다가 그 뒤를 쉼없이 이은 빌리의 짤막한 한 마디. “The world is a
vampire”. …이하는 상상에 맡길 일이다.
“I
want! You! To want me!” 헌데
이건 또 뭔가. “Thankyou very much. God bless you”와 함께 무대를 비웠던 밴드가 앵콜을 위해
5분여 후 다시 등장하자마자 시작된 곡에 손쓸 새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지만, 빌리의 저 호명이 끝나자마자
시작된 이 익숙한 인트로. 앞서 다아시가 한 “오늘밤은 정말 특별한 쇼이고 이 곳 역시 특별한 장소”라는 소개와 함께
곱씹어보는 이 곡의 ‘특별한’ 출현은, 의외이긴 했지만 다분히 펌킨스다운 것이기도 했다. 스매싱 펌킨스의 영향력 한 부분을
분명히 차지하고 있는 칩 트릭(Cheap Trick)의, 그들의 역사적 라이브 명반 Live At Budokan을 있게
한 <I Want You To Much Me>. 앞뒤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은 스매싱 펌킨스가 첫
일본 공연을 했을 당시의 썰렁함(그래서 지금 일본 팬들 사이에서는 ‘전설의 첫 공연’으로 불린다는)과 지금의 상황을,
세계 어디서도 주목해주지 않던 칩 트릭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이름을 알려 주었던 당시 일본 팬들의 ‘부도칸’ 열광의 과거에
시공간 모두로 이입시켜 낸 선곡일거라는 추측의 인과관계 속에서 차츰 확신이 되어 갔다(이미 릭 닐슨과 빌리는 한 무대에서
협연한적도 있다). 그런데 이 곡으로 일체감이 극도로 팽창된 틈을 놓치지 않고 펌킨스는 쉼없이 <1979>로
몰아간다. 달을 만큼 달아 있는 객석, 이젠 거의 죽음이다. |
 98.6323.7:00pm / Budokan,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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