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도용되었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버리고 다른 것을 한다”
4집 멤버는? 3집 멤버였던 정용욱(드럼)과 하재용(기타)은 그대로 이고, 이성수(기타)가 나갔다. 대신 김종서 밴드에서 기타를 치는 토미 김이 세션에 참여하였다. 키보드는 넥스트에서 세션을 하였던 김유성이 맡았다.
토미 킴 연주는 크래쉬 스타일에 어울리나? 예전에 그가 미국에 가기 전에 같이 공연도 했었다. 그는 다른 팀에서 엔스랙스등을 카피했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음악 작업은? 작업하면서 가장 힘든것은 미디움 템포의 연주이다. 앞으로의 음악 중에는 테크노 스타일이 있고, 하드코어 펑크 리프에 스래쉬적인 요소도 있고, 드럼 비트가 훵키하면서 박자를 쪼개는 것이 많다. 4집에는 드럼 루핑이 많이 들어간다. 최첨단과 클래식적인 스래쉬를 합치려고 한다. 드럼 녹음 시 드럼 톤을 잡고 그루브를 주어야 하는데, 이는 기계가 사람보다 더 잘한다. 이들을 합치려고 한다. 인더스트리얼, 테크노, 힙합등이 수용될 것이다. 아이디어 도용 문제 때문에 더 이상은 밝히지 않겠다.
아이디어 도용이라니? 나는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혼자서 가다듬고 있으면 누군가가 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본적이 여러 번 있다.

“힘이 있고 스트레이트하고 뭔가 메시지가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
크래쉬 결성 시 크래쉬가 하려고 했던 음악은? 힘이 있고 스트레이트하고 뭔가 메시지가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다. 크래쉬 결성 당시 91년도에는 우리 나라에서 LA메틀이 세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들은 공주 머리에 화장하고 딱 붙는 스판덱스 바지를 입었다. 나는 그런 게 싫었다. 그래서 나는 ‘센’ 음악을 찾아 들었다. 당시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고, 윤두병은 학교를 다니다가 때려 쳤었고, 정용욱은 중학교 3학년이었다.

정용욱은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음악을 같이 하게 되었나? 그는 센스가 좋았다. 당시 대부분의 스래쉬 메틀 드러머들은 발 따로, 손 따로 연주였다. 그러나 그는 곧잘 했고, 나름의 노력도 많이 했다. 고집이 세고 애가 양아치라서 그렇지 연주는 잘 했다.
그러면 지금 추구하는 음악은? 우리의 뿌리에다 요즘의 흐름을 접목하려고 한다.
스래쉬 메틀은 ‘80년대의 프로테스트 송’이라고 불릴 만큼 헤비메틀 중 가장 메시지가 강한 장르이다. 크래쉬의 음악은 어떤 메시지를 갖고 있는가? 요즘은 홍대 클럽가에서 음악하는 밴드들의 가사가 더 살벌하다. 장난이 아니었다. 나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메시지보다 시적인 요소를 갖는 가사를 쓰고 싶다. 우리의 가사는 속어도 많고 비유도 많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여태까지는 영어로 가사를 썼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말로 가사를 쓰고 영어로 옮긴다. 녹음시 어떤 언어로 할 지는 생각중이다.
영어 가사를 썼었던 이유는? 일단은 스래쉬 메틀이 우리나라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경쟁 상대를 외국의 뮤지션들로 본다. 그리고 영어로 가사를 쓸 때와 한국말로 가사를 쓸 때의 느낌은 굉장히 틀리다. 한국말은 단어 선택이 힘들다.
스래쉬 메틀의 보컬 톤은 독특하다. 무겁게 내리 깔리고, 마치 짐승의 울부짖음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가사를 알아듣기 어려운 난점도 있다. 이는 메시지를 추구한다면 방법론적으로 역행하는 요소가 아닌가? 한국말로 하면서 가사 전달을 잘 하기 위해서 나의 보컬 스타일도 고치려고 한다.
초기부터 일관되게 전달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사람 대 사람의 이야기다. 인간은 가장 말도 많도 탈도 많은 대상인 것 같다. 그리고 3인칭 시점에서 풀어나가는 방법은 싫어한다. 직접적인 이야기를 원한다. 그리고 인간성, 자아, 소외 등을 다룬다.
일반적으로 스래쉬에서 많이 다루었던 쾌락, 혼돈, 그리고 선과 악 등은? 혼돈은 나도 좋아하는 요소이다. 선과 악의 싸움에서 선은 가끔 이긴다.

“기본적인 사운드 방향성은 콜린 리차드슨의 영향이 컸다”
크래쉬는 80년대 말의 아발란쉬가 국내에서 스래쉬 메틀을 시작한 이래 완성적인 스래쉬를 만들어 냈다. 기본적인 사운드메이킹의 방향은 처음에 어떻게 잡았는가? 아발란쉬의 영향을 그리 많이 받지 않았다. 그들은 드라마틱한 음악을

“우리 음악은 특별히 훌륭하지도 않았고, 멤버들은 롱 다리에 미남들도 아니다”
예전 인터뷰를 보면 “현실적인 조건이 족쇄가 되어 우리를 조이면 조일수록 크래쉬는 그것을 하나의 영양소로 여기고 더욱 표독스럽게 스래쉬에 미쳐갔다”라고 하였다. 스래쉬는 분노에 대한 표출구인가? 그렇다. 내가 힘들수록 공격적인

“우리 나라에서 스래쉬 음반을 두 장 째 내는 것은 우리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책임감도 있었다.”
크래쉬 결성에 대해서. 크래쉬는 내게 첫 팀이었다. 그 전에도 밴드를 결성하려고 하였으나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 멤버들은 ‘송설’이라는 음악 학원에서 만났다. 윤두병, 정용욱은 그 학원의 수강생이었다. 거기서 공연도 많이 보았다. 크라티아, 나티 등 Friday Afternoon 1, 2, 3집에 참여한 그룹들은 거의 거기서 보았다. 술도 같이 마시면서 음악 얘기도 많이 나누었다. 그들에게 록커의 근성도 배웠다. 형들에게 “너는 스래쉬 하는 놈이 술도 그렇게 못 먹냐”라고 핀잔도 들었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본격적으로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93년 1집 Endless Supply Of Pain은 콜린 리차드슨이 녹음하였다. 그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때 SKC가 영국의 이어레이크(Earache) 레이블과 계약 관계에 있었다. 그래서 그쪽에다 엔지니어 선정 때문에 팩스를 보냈다. 콜린은 그 당시 피어 팩토리 녹음을 막 끝냈었고, 네이팜 데스 녹음 등을 하였지만 메이저 급 엔지니어는 아니었다. 엔지니어비가 비싸지 않았다. 우리는 피어 팩토리와 머쉰헤드 녹음 중간에 했는데 그들은 다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룹이 되었고 우리만 이 상태이다. 그에게는 “나중에 당신이 떠도 우리 음악녹음을 해 줄 것인가?”라고 물었고, 그는 하겠다고 하였다. 그는 1집 때는 노총각이었는데 3집 녹음할 때는 결혼을 했었다. 부인은 피어 팩토리 매니저였다. 그를 만난건 운이 좋았다.
콜린 리차드슨이 엔지니어를 맡았지만 생각만큼 사운드가 좋지는 않았다. 콜린의 얘기도 1집은 너무 소프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믹싱까지는 좋았으나 마스터링 시에 미들(주파수 중간대역)이 많이 깎여서 소리가 튀어나오지 않는다. 마스터링 하기 전에 최종 믹스한 것을 녹음한 테이프가 있었는데, 이게 CD보다도 펀치가 더 강했다. 그래서 2, 3집 마스터링은 무조건 다 외국에서 했다.
제목이 Endless Supply Of Pain(무한 고통 공급)인 이유는? 처음에 제목이 여러 개 있었는데, 그 중 느낌에 그게 가장 좋았다. 곡 제목은 노래의 느낌 위주로 지었다. <Scream>같은 경우도 ‘scream’이란 단어가 노래 중에 나오지 않는다. 제목들만 보아도 그 앨범의 성격을 알도록 하였다.
95년 2집 To Be Or Not To Be는 직접 프로듀싱을 하였다. 직접 프로듀싱을 하였을 때의 문제점은? 1집에서는 선장이 하나였고 사공이 셋이었다. 하지만 2집때는 선장이 셋이었다. 서로간에 많이 부딪혔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 스래쉬 음반을 두장째 내는 것은 우리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책임감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