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벽두에 스트레인저, 클럽, 아마게돈 등의 음반이 발표되면서 “우리 메틀 계도 드디어 새로운 전기를 갖는 구나”라는 생각을 잠시 하였었다. 하지만 기대는 오래지 않아서 무너지고 80년대나 90년대나 상황이 달라진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지난 4월호에서 가진 80년대 메틀 특집에서 놓친 블랙홀부터 시작하여 하드 록에서 파생된 정통적인 헤비메틀을 지향했던 그룹들을 다루려고 한다.
블랙홀(Black Hole)은 85년에 강남대 교내밴드로부터 시작이 된다. 주상균(기타, 보컬)을 중심으로 조명오(베이스), 김태일(키보드), 김우태(드럼)로 결성된 블랙홀은 당시에는 파격적인 레퍼토리인 UFO나 주다스 프리스트의 곡을 카피했었다. 그리고 여타 밴드들과는 달리 공연도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을 많이 돌아다님으로써 전국적인 팬 층을 형성하였다. 88년에 있은 ‘명동 페스티발’이란 행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계기로 음반 작업을 하게된 그들은 89년에 데뷔 음반 Miracle을 발표하고, 여기서 <깊은 밤의 서정곡>이 인기를 얻었다. <녹두 꽃이 필 때에>, <바벨탑의 전설>이 담긴 91년 2집 Survive는 주상균을 제외한 멤버 전원이 교체가 된 상태로 녹음되었고, 이때의 라인업으로는 박원조(기타), 정병희(베이스), 대린 뮤어(드럼)가 있었다. 94년 3집 Black Hole은 드러머가 김응윤으로 교체되어 나온 음반이었고, 블랙 홀 음반 중에는 다소 상업적인 면이 내포된 음반이었다. 반면 사운드를 재정비하여 내놓은 4집 Made In Korea와 5집 City Life Story야말로 블랙 홀의 진면모를 보이는 안정된 음반이다.

Black Hole : 1994 / EMI
주상균(v, g), 박원조(g), 정병희(b), 김응윤(d)


Made In Korea : 1995 / EMI
주상균(v, g), 정병희(b), 김응윤(d)


Vol. 5 City Life Story : 1996 / EMI
주상균(v, g), 이원재(g), 정병희(b), 김응윤(d)



클럽(The CLUB)은 The Club Live Upon Blues의 약자이고, 부담 없는 록큰롤을 바탕으로 블루스, 펑크, 뉴 웨이브, 헤비메틀을 수용하려고 하였던 그룹이다. 감각 좋은 작곡 능력을 보유한 자외선 출신의 민치영(보컬)을 중심으로 이영기(기타), 다크 에이지 출신의 김영길(베이스) 그리고 김현재(드럼)로 결성되어 녹음된 데뷔 음반을 들어보면 리듬감이 좋은 복고풍의 록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민치영이 너무 액슬 로즈의 흉내를 낸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당시의 메틀 밴드 중에 그들과 같이 흥겨운 그루브를 보여준 팀은 없었을 것이다. <Jack A Dull Boy>, <Love Is Not A Game>, <I’m Crying>은 클럽의 지향점을 잘 보여주는 곡들이고, <Maybe>는 이 앨범의 백미였다. 민치영은 솔로로 독립하여 93년에는 1집 르네상스를 98년에는 2집을 발표하였다.

The Club : 1990 / 서라벌레코드
민치영(v), 이영기(g), 김영길(b), 김현재(d)
세션 : 차정렬(g), 천정연(key)


민치영 르네상스 : 1993 / 오렌지
세션 : 배수연(d), 김현규(b), 김효국(key), 강인봉(key), 함춘호(g), 곽윤종(prog), 박영용(pcc), 김원용(sax)



S.Q.(Social Quality)는 90년대에 데뷔 음반을 발표한 뉴 웨이브 메틀 그룹이다. 하지만 음악적인 핵인 차정렬(기타)는 80년에 풍차들, 84년에 무당, 87년에 H2O에 가입하여 활동한 베테랑 연주자였다.강한 비트 감과 뉴 웨이브적인 색채가 혼합된 록 기타를 지향하는 그는 스티브 스티븐스 적인 어프로치를 즐기는 연주자였다. 데뷔 음반 발표 후 한동안 휴지기를 가진 그들은 93년에 2집 공감대를 발표하였는데, 이 음반에는 후에 넥스트의 드러머가 되는 이수용이 재적해 있었고, <꿈꾸는 남자>에서는 러쉬 적인 사운드를, <빛이 되어>에서는 폴리스적인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Social Quality : 1990 / 서라벌레코드
차정렬(g)


아마게돈(Armageddon)은 89년에 결성되었고, 부산의 메탈 라이브 1기 팀이다. 프라즈마, 디오니서스와 함께 부산의 대표적인 메틀 그룹으로 인식되었던 그들은 90년에 블루스 메틀적인 데뷔 음반을 발표하였다. 여기에는 기타 연주가 좋았던 <Sun Rise>라는 곡이 있었고, 이 때의 멤버는 동아대 그룹 에이스 출신의 김정태(기타), 대구 시립 관현악단에 있었던 박철우(드럼), 하늘나라 출신의 박진서(보컬) 등이었다. 후에 박철우는 서울-부산 연합 밴드였던 미스터리에 가입한다.


The Tears Of A King Bird : 1990 / 서라벌레코드
박진서(v), 구재욱(b), 정흥재(key), 박철우(d), 김정태(g)


제로지(Zero-G)는 ‘무중력 상태’라는 뜻이고, 88년에 행해진 송도 해수욕장에서의 록 콘테스트에 참가하면서 그룹이 구체화되었다. 박영철, 김종서, 정형섭이 코러스에 참여한 1집 멤버는 김병삼(보컬), 김태영(기타) 외에 크라티아 창단 멤버로 이데아를 거친 박창규(베이스), 이주한(드럼)이었다. 전 나티의 송재성(기타)이 참여하면서 잠시 트윈 기타 체제로 활동하던 그들은 김병삼, 송재성만 그룹에 남고 모두 탈퇴를 하였다. 새로운 2집 E.Z.Come E.Z.Go의 멤버로는 조현명(베이스), 신동현(드럼)이 가입을 하였다. 제로지는 김병삼이 팀을 떠나면서 무중력으로 재출발하였다. 김병삼은 93년에 블랙 신드롬의 박영철과 프로
젝트 밴드 맨투맨을 결성하였고, 이내 토이 박스를 결성하였다. 토이 박스의 음악은 믹스처 록인데, 리듬을 최대한 살리는 음악을 하고자 하였다. 96년에 데뷔 음반을 발표하였고, 여기에는 스캔드럴 출신의 김대홍(베이스), 블랙 신드롬 멤버였던 조주영(드럼), 낙원 상가 기타 선생이었던 강효석(기타)이 있었다.



Exciting Game : 1990 / 대도레코드
김병삼(v), 박창규(b), 김태영(g), 이주한(d)


맨투맨 Man To Man : 1993 / Metal Force
김병삼(v), 박영철(v)


토이박스 Toy Box : 1996 / 헤드뱅어스 / 지구레코드
김병삼(v), 강효석(g), 김대홍(b), 조주영(d)



최민수는 팝 메틀 성향의 크리티아 출신의 보컬리스트였다. 크라티아는 고대 그리스어로 ‘웅장한 힘’이란 뜻이고, 87년 이준일(기타)과 결성을 하였다(원래의 팀명은 해모수였다). 아발란쉬와의 조인트 음반을 끝으로 90년에 솔로로 독립한 그는 블랙 신드롬의 김재만(기타)와 방승현(베이스), 제로지의 김태영(기타), 바퀴 자국과 퍼즐 출신의 김태일(키보드), 크라티아의 박성룡(베이스)의 도움으로 91년에 솔로 1집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지예가 작사에 참여한 것으로만 보아도 예전에 그가 했던 음악과 같지가 않으리라는 것을 눈치 챘을 수 있을 것이다. 94년에는 이경섭, 뮤탄트 출신의 김태우와 Two Men Story를 발표하였고, 여기서 <의미없는 시간>은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Two Men Story : 1994 / 지구레코드
최민수(v, g, prog), 이경섭(prog)




사하라(Sahara)가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86년경이었다. 우정주(보컬), 김범주(베이스)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였던 그들은 92년에 인재홍(기타), 오창록, 최용석을 맞아들이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하였다. 데뷔 음반 전에는 <I Can’t Say>가 93 Rock Wave라는 앨범에 실렸고(이 때 인재홍이 손가락을 다치는 바람에 녹음은 다운타운의 김세황이 대신 해 주었다), 데뷔 음반은 황창식(키보드), 홍진규(드럼)를 새로 받아들여서 녹음을 하였다. 이후 인재홍은 G.I.T.에 유학을 갔고, 우정주와 황창식은 노이즈가든의 윤병주(기타)와 염재민(베이스), 스캔드럴 출신의 박인환(드럼)을 가입시켜서 프로젝트 그룹 잭포트를 94년에 결성하여 잠시 활동을 하였다. 인재홍이 귀국후 발표한 Self Ego는 우정주가 빠지고 이재호가 가입한 상태에서 녹음된 음반이다. 국내에서는 무반응이었지만 일본의 ‘번’지에서 87점을 받아 화제가 되었던(국내 록 음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음)이 음반은 블랙 신드롬의 박영철이 듣고 나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가 있다. 일본의 신코뮤직과 계약을 맺는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이는 무산이 되었고, 그들은 해체를 맞았다.


이재호(v), 인재홍(g), 황창식(key), 김범주(d), 홍진규(d)우정주(v), 인재홍(g), 황창식(key), 김범주(b), 홍진규(d)The Seven Years Of Drought :1993/지구레코드

Self Ego : 1996 / LG 미디어
클럽

제로지

사하라
와일드 로즈(Wild Rose)는 여성 록 그룹으로서는 국내에서 88년에 <히말라야>를 타이틀곡으로 데뷔 앨범을 발표한 이브에 이어서 두번째로 음반을 발표한 팀이다. 최정숙(보컬), 김선미(기타)를 중심으로 결성된 와일드 로즈는 93년에 <그대처럼>이 담긴 데뷔 음반을 발표하였고, 이 곡은 인기를 얻었었다. 이 음반에는 미스터리의 서안상, 이승철, 김동규가 작곡에 참여하고 있다. 여성 록 그룹의 계보는 후에 화이트로 이어진다.

최정숙(v), 김선미(g), 양희경(key), 이인희(b), 이지은(d)와일드 로즈 : 1993 / 서울음반




사람들은 88년 Friday Afternoon 1집에도 참여한 대쉬 출신의 전병기(보컬)와 공기수(기타)가 결성한 그룹이다. 그들은 93년에 김수철의 기획과 제작 하에 <모두 잃어버렸어>가 담긴 데뷔 음반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예전의 대쉬 스타일과는 많은 차이를 갖는다.

전병기(v), 공기수(g), 송광준(b), 오경완(d) 세션 : 최태완(key)사람들 : 1993 / 서울음반




제트(Jett)는 블랙 신드롬에서 분기되어 나온 그룹이다. 93년 블랙 신드롬의 5집 고교백서를 끝으로 김재만(기타)만 그룹에 남고 나머지 박영철(보컬), 방승현(베이스), 임병섭(드럼)은 탈퇴하여 95년에 정통 메틀 그룹 집시 출신의 변기엽(기타)을 받아들여서 맨카인드를 결성하였다(김재만은 95년 Burning Myself…로 재기하였다). 하지만 활동은 오래 하지 못하고 방승현은 조하문 밴드의 멤버로 가입을 하였고, 이로써 공석인 베이스에 나티, 터보 출신의 허준석이 가입을 하였다. 당시 터보는 2집을 준비중에 김상수(기타, 보컬)가 돌연 음악계를 떠나버리겠다고 하여 밴드가 와해된 상태였다. 맨카인드는 먼저 팀 명을 제트로 바꾸고 음반 작업에 들어갔다. 데뷔 음반은 97년에 발매되었고, 98년에 재 발매된 데뷔 음반은 재킷도 틀리고 팀명도 Jett에서 Jet로 바뀌었다.

박영철(v), 변기엽(g), 허준석(b), 임병섭(d)Redemption : 1997 / 삼성뮤직





모비딕(Moby Dick)은 미스터리의 이시영(보컬)이 95년에 결성한 그룹이다. 그는 본명은 이승철이었고 93년 미스터리 활동시부터 이시영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88년에 결성된 프라즈마에 이동준, 임창수, 김주옥, 이수용과 같이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그는 89년 Firday Afternoon 2집에 프라즈마
의 <Loving Tonight>이 실리면서 음반 데뷔를 하였다. 이후 배재범(기타)과 디오니서스에서 두 장의 음반을, 임덕규(기타)와 스트레인저에서 한 장의 음반을 발표한 그는 파트 포 출신의 안희태(기타), 서안상(베이스) 그리고 스트레인저에서 같이 있었던 김동규(키보드)와 미스터리를 결성하여 93년에 데뷔 음반을 발표하였다. 그리고는 같은 해에 솔로 1집을 발표하였다. 그는 재뉴어리 출신의 전조(드럼), 한반도, 엔젤래스 출신의 유현선(기타), 에덴, 매거진 출신의 차상연(베이스)을 가입시켜서 모비딕을 결성하였다. 데뷔 음반은 97년에 발표되었고, 이후 유현선과 전조의 탈퇴로 이시영, 차상연 체제로 98년에 2집을 발표하였다.

Moby Dick 2 : 1998 / 원뮤직 / 명음레코드
이시영(v, g), 차상연(b, key)
세션 : 임창덕(g), 김주찬(g, prog), 문철민(g), 박계수(d), 윤호간(key)




존 도우(John Doe)는 91년 고등학교 동창생인 이호준(기타), 김락건(베이스), 김의섭(드럼)이 결성한 그룹이다. 하지만 군 문제로 활동이 정지되었고, 96년 다시 활동을 재개하였다. 97년에는 노이즈가든의 이상문의 프로듀서로 데모를 제작하였고, 이를 계기로 석기시대라는 클럽에서 공연을 하였다. 97년에 데뷔 음반을 발표한 이 밴드는 현재 클럽 가에서 활동을 하는 메틀 밴드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는 밴드이다. 이호준의 파워풀하면서 정통적인 기타 연주는 동세대의 기타리스트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고. 이는 데뷔 음반의 <스턴트맨>뿐만 아니라 98년에 발표된 디플라워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실린 <Power Play>를 듣더라도 단박에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클럽 롤링스톤즈의 컴필레이션 음반 Restoration에 <눈물>로 참여하였다.

박준기(v), 이호준(g), 김락건(b), 김의섭(d)John Doe : 1997 / 열린창고 / 워너뮤직




존 도우 <Power Play>, L.P.G. <Dreamer>, <Too Late For Tears> 칼파 <Battle’s Eve>, <Cold Woods Of The Buried Souls> Deflower : 1998 / 디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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