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 | 서브 9903 coverstory 커버스토리

1977년 역사적인 섹스 피스톨즈와 댐드의 미국투어가 캘리포니아에 펑크의 도화선을 당겼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또한 아메리카 프론트(America Front)를 비롯한 흔히 인종차별주의로 인식되는 스킨헤드의 전신이 미국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보인 시기도 바로 이 77년을 전후해서이다. 스킨헤드와 일부 나찌들의 확산은 인종차별주의 혹은 반 인종차별주의와 같은 정체적 성향뿐만이 아닌 록의 하위장르까지도 캘리포니아의 젊은이들에게 가져다주었다. 펑크와 이 시기에 정형화되어 가는 펑크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스트리트 펑크(후에 오이(Oi)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그리고 스킨헤드의 음악은 아니지만 유색인종들의 반 인종차별주의의 대표적 장르인 스카(Ska)등은 당시에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자생한 거라지(Garage)밴드들에게 음악적 자양과 애티튜드의 근본을 제공한다. 즉 거라지 밴드들은 초기 뉴욕펑크와 런던 펑크의 복합으로 인하여 영국과는 다른 진화를 하게 된 것이다. 1977년에 결성된 밴드들 중 점스(The Germs), 어벤저스

(The Avengers) 그리고 딜스(Dils)등은 영국으로부터 촉발된 펑크의 에너지를 가장 많이 흡수한 예로 기록되나 사실 이들은 정체성에 있어서는 섹스 피스톨즈 등과 맥을 달리 하였다. 일자리가 없어서 거리로 나온 성난 젊은이(Angry Youth)들이 총체적인 부조리의 원흉인 정부와 제도권에 화살을 겨누었던 데에 반하여 캘리포니아의 펑크록커들은 도피적인 환각을 추구하였던 자신들의 히피세대 부모들(또는 그들이 이끌어가는 사회)에 대해 분노를 터트렸다. 중산계급의 후예들인 히피들은 그들의 플라워 무브먼트가 자멸하자 이내 머리의 꽃을 내던지고 안일한 일상으로 돌아왔고 곧 자녀들에 의해 반박을 당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모든 극단적인 음악은 시대 상황이 빚어낸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근본적으로 가진 미래에 대한 불안과 가치관의 혼돈에서 비롯된 것이다’라는 시대상을 무시한 일부 회의론자들의 주장이 타당성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들은 명백히 정치적인 성향을 띄고 조직화하기 시작한 이후의 상황에 의해 묵살된다. 78년에 등장한 데드 케네디스(Dead Kennedys)와 미국 최초의 하드코어 밴드라는 일반적인 인정을 받는 블랙 플랙(Black Flag)의 등장은 캘리포니아의 헤도니스트(Hedonist)적

기질을 지난 거라지 밴드들에게 정치성(일반적으로 아나키즘이 주를 이루는)을 부여하게 된다. 이들의 정치성은 라이브만큼이나 과격하게 전개되었다. 그러나 정치성의 부여만으로는 펑크와 하드코어의 구별은 어렵다. 사실 ‘점스는 캘리포니아 펑크, 그리고 블랙 플랙은 캘리포니아 하드코어’라는 장르 나누기 식의 단순한 불리는 시기상으로나 음악적 뿌리를 살펴 볼 때 매우 부적절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가능하게 된 이유는 바로 스피드에 대한 집착에서 찾을 수 있다. 블랙 플랙을 위시한 서클 적스(Circle Jerks), X등의 초기 하드코어로 불리우는 이들의 공통점은 라이브에서 보여주는 엄청난 스피드이다. (기타에 국한지으면 여기서 말하는 스피드란 왼손 핑거링이 현란한 속주와는 달리 피킹에 있어서 극단을 추

구하는 경향이다. 이러한 경향은 결국 메틀리카, 슬레이어 등의 스래쉬 메틀 계열과 네이팜 데스를 비롯한 그라인드 코어 계열에 영향을 주게 된다. 사족이지만 본토에서는 얼터너티브 메틀로 규정되는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쉰이나 콘 등이 우리나라에서 하드코어로 분류되는 것은 이러한 사운드적인 특징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이들은 펑크를 스피드의 측면에서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라이브에 있어서도 자해와 혼돈이 난무하는 펑크와는 달리 (물론 모싱과 슬램댄스는 더욱 과격해졌지만) 조직화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쨌든 캘리포니아를 휩쓴 하드코어는 동부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캘리포니아 밴드 중 데드 케네디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워싱턴 D.C.의 대표주자격인 마이너 쓰레트(Minor Threat)를 필두로 한 스트레이트 엣지(Straight Edge:무절제한 젊은이들의 생활 태도에 의한 반항으로 반 음주, 마약, 흡연과 무분별한 섹스를 공식적으로 거부한 생활태도이다) 그룹들과 라스타파리안(Rastafarian:에티오피아의 황제 Ras Tafari를 신으로 숭배하는 자메이카인들) 신앙을 표출한 배드 브레인(Bad Brain)과 같은 레개를 접목한 하드코어 그룹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하드코어의 원초적인 공격성을 가장 잘 드러낸 곳은 다름아닌 뉴욕 펑크와 뉴 웨이브의 산실인 클럽 CBGB였다. 레이거노믹스가 위세를 떨치던 80년

대 중반 쥬욕은 자본주의의 부작용인 도시 빈민을 양산해내기 시작하였고, 라틴계 불법이민자와 흑인 빈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인 뉴욕에서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살게 된다. 이러한 환경은 그들의 음악에 가장 뚜렷하게 표출되었다. 애그노스틱 프론트(Agnostic Front)를 비롯한 밴드들에 의해 보다 마초적인 모습으로 나타난 뉴욕 하드코어는 스트레이트 엣지와의 대립, 갱들과의 연계등의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였다. 이러한 동부의 하드코어는 결과적으로 동부 인디씬의 활성을 가져왔고 맥시멈 로큰롤(Maximum R&B:전설적인 펑크록 칼럼니스트 팀 요하넌 (Tim Yohannan)에 의해 1983년 창간된 팬진으로 상업적인 타협을 가진 밴드는 다루지 않는 강경한 편집방침으로 인디씬에서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 플립사이드(Flipside)등의 팬진의 조력으로 점차 세를 확장하게 된다. 이는 결국 현재의 시애틀에서 발흥된 얼터너티브 밴드들이 영향을 받은 미닛맨(The Minutemen), 미트 퍼페츠(Meat Puppets), 허스커 두(Husker Du)등의 밴드를 낳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현재는 네오 펑크밴드인 그린

데이 (Green Day), 오프스프링(Offspring)등의 절충주의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1977년에 거행된 섹스 피스톨즈의 미국공연은 캘리포니아 펑크의 주역 중의

하나인 점스를 낳았다. 약물로 인한 끊임없는 자기 파괴와 무대에서의 자해와 관객들에게 피를 뿌리는 행위로 시드 비셔스(Sid Vicious)와 비교되는 프론트맨 다비 크래쉬(Darby Crash)는 점스

를 미국에서 재현된 섹스 피스톨즈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딜스(The Dils), X, 위어도스(The Weirdos)등과 함께 LA와 샌프란시스코에 펑크의 물결을 일으켰다. LA의 차고, 공터 그리고 클럽등지에서 수많은 공연을 하였던 점스는 다비 크래쉬의 헤로인 과용으로 인한 요절로 80년에 해산되기까지 그들의 열렬한 팬이었던 조안 제트의 프로듀스로「G.I.」만을 남기고 사라졌지만 나머지 멤버들의 활동(기타리스트인 팻 스메어(Pet Smear)는 푸 파이터스(Foo Fighters)로 그리고 여성 드러머인 벨린다 칼라일(Belinda Carlisle)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고고스(Go Go’s)에 가입하게 된다)과 영향을 받은 밴드들에 의해 90년대에 들어와서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된다.

밴드명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서부의 하드코어 펑크밴드 중 가장 급진적인 정치 성향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데드 케네디스는 보컬리스트인 젤로 비아프라(Jello Biafra)의 이

념이 그대로 투영된 밴드였다. (Biafra) 기아에 허덕이는 나이지리아의 지방을 이름으로 삼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탐욕에 찬 미국의 패권주의를 내 부에
서 가장 맹렬히 비난하였다. ‘가난뱅이들을 죽이기 위한’ 폭탄을 양산하는 미국을 풍자한 <Kill The Poor>는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과 동시에 제도권의 압박을 가져오게 하였다. 비아프라는 79년 샌프란시스코의 시장직에 출마하여 내부로부터의 전복을 시도하기도 하였으나 낙선하고 만다.

이들을 이야기할 때 매번 붙는 ‘캘리포니아 최초의 하드코어 밴드’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이 블랙 플랙은 빠른 비트와 헨리 롤린스(Henry Rollins)의 거친 보컬로 하드코어의 모범을 제시한 그룹이다. 아나키스트의 심볼로 알려진 ‘Black Flag’을 밴드명으로 내세워 그들의 지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었던 이들은 친숙한 노이즈와 헨리 롤린스의 카리스마로 전 미국의 하드코어 펑크 팬들에게 어필하였다. 또한 이들은 전국을 누비

며 라이브 강행군을 펼쳐 클럽에만 안주하던 밴드들에게 자극을 주었으며 메이저의 관심도 끌게된다. 이들의 영향은 자신들의 레이블인 SST를 통하여 허스커 두, 소닉 유스, 디아노서 주니어, 미닛맨, 미트 퍼페츠 등에 전파된다. 그리고 헨리 롤린스는 보다 효과적인 전략으로 90년대에 새롭게 활동하고 있다.

X는 당시 딜스, 어벤저스 등의 밴드들이 점차 스피디한 경향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초기 펑크의 모습을 고수하였다. 베이시스트인 존 도우(John Doe)의 영향으로 X는 당시 펑크에서 로커빌리, 블루스 등을 뒤섞은 스타일을 선보이며 대중적인 지지도 얻게 된다. 도어즈의 레이 만자렉(Ray

Manzarek)이 프로듀스한 「Los Angeles」와 「Wild Gift」로 인해 LA타임즈와 뉴욕 타임즈에서 동시에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되어 일약 메이저로 도약한 X는 많은 LA 인디밴드들이 메이저로 도약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한편 존 도우는 헨리 롤린스와 복고적인 성향을 지닌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도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철저한 금욕주의자이자 스트레이트 엣지의 수호자인 이언 멕케이(Ian McKaye)의 밴드 마이너 쓰레트는 폭발하는 사운드와는 달리 청중들에게도 스트레이트 엣지의 태도를 요구하였다. 이들의 생활방식이 암암리에 중산층의 원하지 않는 지지(부모들은 비록 음악은 과격하지만 반 마약과 분별있는 성생활을 주장하는 이들의 공연에 자녀들을 보내기가 안심이 되었다)를 받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들의 노선은 여타 밴드들 못지 않게 강

경하였다. 이언 멕케이의 디스코드 레이블(Dischord Label)을 통하여 이들의 영향은 전파되었고 이언 멕케이 자신은 87년 푸가지(Fugazi)를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이언 멕케이의 사상과 마이너 쓰레트의 노이지 사운드와 사회적인 메시지는 소닉 유스, REM등에게 영향을 주었다.

워싱턴 DC의 흑인들로 구성된 배드 브레인즈는 재즈와 레게를 비롯한 흑인 음악에 뿌리를 둔 밴드였다. 그러나 동부에 거세게 몰아닥친 하드코어의 에너지에 강조된 이들은 초기에 다른 동부 하드코어 밴드들과 마찬가지로 스피디한 하드코

어를 구사하였으나 점차 이들의 뿌리인 레게를 헤비 톤의 사운드에 실어내고 또한 덥과 퓨전재즈의 영역까지 넘나드는 등 하드코어의 독특한 형태를 선보였다.

80년대 가장 공격적이고 스피디한 밴드들이 뉴욕 하드코어 씬에서 활동하고 있었다면 그들 중 최고 아니 가장 극단에 놓아야 할 밴드가 애그노스틱 프론트이다.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 80년대 혼돈

의 뉴욕이라는 정글에서 가장 마초적인 밴드로 등장하였던 이들은 중남미계 혼혈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Oi, 메틀에 소수민족의 불만을 가득 담아낸 이들의 라이브는 그야말로 모싱과 상식을 초월한 슬램이 난무하는 자리였으며 범죄의 이미지(게토의 흑인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결집은 지역의 갱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음이 짐작이 가는데 실제로 이들은 뉴욕의 스킨헤드 갱들과 교류를 가졌다고 한다), 이국적 야생성으로 이들은 정말로 ‘하드코어’한 음악과 삶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들은 소수민족답게 강한자의 폭력에 대하여 철저히 비판을 하였다. 이들은 90년대에 들어와서 에피타프(Epitaph)에서 앨범을 내고 활동을 재기하고 있으며 보컬리스트 로저 미렛(Roger Miret)의 동생 프레디 (Freddy Cricien)가 몸담고 있는 매드볼(Madball)은 현재 뉴욕 하드코어 최고의 밴드이기도 하다.

록이 점점 공룡화 되어가기 시작하던 70년대 말 진부한 록에 대한 반발로 펑크가 발흥하였다. 그러나 펑크의 과도한 에너지와 정치적 지향을 견뎌내지 못하는 무리들 즉 중산층, 보수반동주의자, 경제 재건에 충실한 정치인들 그리고 학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년 소녀들에게는 새로운 소리가 필요하였다. 당시 영국에는 록의 진부함 그리고 펑크의 파괴적 이미지와는 거리를 둔 엘비스 코스텔로라는 훌륭한 대안이 있었지만(물론 중후기의 그에게서 펑크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미국의 상황에서는 새로운 것을 도출해야만 했다. 이러한 시대적인 상황과 CBGB를 비롯한 클럽 씬 그리고 거라지 밴드라는 자원은 뉴 웨이브의 등장이라는 필연적인 결과를 낳는다. 국제적인 교류의 장으로서 다인종, 다문화의 중심이었던 70년대 중 후반의 뉴욕은 음악 산업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레게 리듬과 전자 음향기기 그리고 다양한 인종들의 흡수로 인해 뉴 웨이브의 실험이 이루어질 잠재적인 가능성이

충분하였다. 미국에서의 뉴 웨이브 번성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게 되는 여러 클럽 중 CBGB의 언급은 필수이다. 거라지 밴드들로부터 메이저 지향의 밴드들까지 장르를 불문한 서로 다른 음악적 혹은 정치적 지향을 가진 밴드들이 동시에 설 수 있었던 무대가 바로 CBGB였다. 데보(Devo), 토킹 헤즈(Talking Heads), 블론디(Blondie) 등 대표적인 뉴 웨이브 그룹들이 CBGB에서 데뷔 혹은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클럽을 모태로 시대 상황이 빚어낸 뉴 웨이브는 근본적인 기원을 5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한 아방가르드와 성인취향의 팝에 두고 있다. 전통적인 록밴드의 구성을 취했던 펑크에 비해 신서사이저를 이용한 전자적인 요소와 때로는 관악도 가미한 구성을 취하였던 뉴 웨이브는 때로는 펑크에 의해 적대적인 관계로, 때로는 공생의 관계로 전개되었다. 런던 펑크의 아나키적인 자세를 답습한 캘리포니아 펑크는 뉴 웨이브를 중산층에 기생하는 음악으로 치부해 버렸지만 같은 클럽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절충적인 성격을 띠었고 멤버들간의 이동도 이루어지게 된다. (점스의 멤버였던 고고스(Go Go’s)의 리더 벨린다 칼라일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1972년에 결성되었지만 펑크의 물결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였다가 70년대 말에 와서야 영국에서부터 조명을 받기 시작한 데보의 등장은 뉴웨이브의 본격적인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로봇과 컴퓨터의 이미지가 난무하던 라이브에서의 정제된 전자음은 그들의 비주얼한 외양과 더불어 펑크의 물결에 가려 빛을 받지 못하였다가 70년대 말에 와서야 영국에서부터 조명을 받기 시작한 데보의 등장은 뉴웨이브의 본격적인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로봇과 컴퓨터의 이미지가 난무하던 라이브에서의 정제된 전자음은 그들의 비주얼한 외양과 더불어 펑크의 세례를 받지 못하던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하였다. 이들로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신서사이저의 전자 음향은 뉴 웨이브의 스타일을 규정하였

고 이후 등장하는 많은 밴드들에게 모범이 된다. 이러한 결과를 완성시킨 또 하나의 뉴 웨이브 밴드는 토킹 헤즈이다. 이로서 뉴욕의 클럽들은 전자음향의 성과를 입증하게 되고 뉴 웨이브는 밴드로서는 성공을 보장하는 길이 된다. 1975년에 역사적인 CBGB에서의 데뷔를 가진 블론디는 이러한 상업적인 성공의 가능성을 가장 훌륭히 입증한 예이다. 금발의 데보라 해리(Deborah Harry)를 프론트 우먼으로 내세운 이들은 친숙한 멜로디와 디스코 등의 유행장르의 차용으로 대중적인 기호를 만족시켰다. 블론디의 화려한 성공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더욱 더 뉴 웨이브를 주목하게 되고 이어 카스(The Cars), B-52’s, 고고스 등의 그룹들이 나름대로의 스타일로 대중적인 지지를 얻는다. 뉴 웨이브의 언급에서 흔히 나타나는 전자음의 사용은 분명 기존의 펑크와는 차별화되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70년대초의 영국 하드록에서의 건반사용과도 그 사운드에서 구별되었다. 밝고 가벼운 느낌의 신서사이저 음향은 팝적인 가벼움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다양한 조류의 융합으로 뉴 웨이브는 보다 탄력적인 모습을 띠었다. 즉 스카, 레게, 덥, R&B, 재즈 그리고 디스

코까지 뉴 웨이브는 당시 뉴욕의 다양한 사운드를 마음껏 흡수하여 음악의 장르를 넘어서는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던 것이다. 또한 이 시기의 밴드들에 대한 영향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브라이언 이노(Brain Eno), 로버트 프립(Robert Fripp)등 영국 아방가르드 뮤지션들의 영향이다(브라이언 이노는 토킹 헤즈의 앨범에 프로듀싱을 맡기도 하였다). 또한 이 시기에 필립 글래스(Philip Glass)등의 현대 음악

가와 비상업적인 퍼포먼스 아티스트들이 참가한 전위예술이 콘서트장에서 펼쳐지기도 하였다. 이러한 영향을 받은 뉴욕의 밴드들 중 신서사이저로 전자음을 실험한 토킹 헤즈, 디스코와 팝

적인 멜로디를 강조한 블론디와 고고스, 초기 로큰롤에 감정이 없는 보컬을 배치한 카스 그리고경쾌한 로큰롤 리듬을 바 탕으로 파워풀한 기타팝을 선보인 낵(The Knack) 등은 그들의 대중적인 성공과 더불어 뒤에 전개될 팝에 있어서도 무수한 텍스트를 제공하였다. 그 영향은 팝의 번성과 이미지를 앞세운 뉴 로맨틱스 그리고 근래에 와서는 팝과 록의 절충적인 성격을 지닌 모던록의 형성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데보는 펑크의 에너지가 어떻게 매끄러운 전자음향으로 전이되었는가를 자세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오하이오의 대학가에서 출발한 이들은 로봇과 컴퓨터에 대한 인간의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점점 인간성이 상실되어 가는 현대사회를 단조로운 보컬과 전자음향에 실어 역설적으로 표현하였다. 부지(Booji)라고 불리우는 로봇 마스코트를 내세운 이들의 라이브와 뮤직비디오에는 비인간화되는 사회에 대한 은유가 숨어있었고 자신들도 감정없는 표정과 기계적인 몸동작으로 기존의 밴드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특히 보컬리스트 마크 머더스(Mark Mothersbaugh)의 메마른 목소리는 이후의 밴드들에게 뉴 웨이브 보컬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주었다.

데보와 마찬가지로 CBGB에서 활동하였던 이들은 전위와 전자적인 이미지의 음악을 미니멀한 구성에 실어 새로운 실험을 보여주었다. 그러나이들은 보다 펑크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라이브

시 이들의 전위적인 행위와 <Psycho Killer>와 같은 곡에서의 미니멀한 구성 또한 펑크의 영향을 뚜렷이 보여주었다.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프로듀싱으로 제작된 그들의 두 번째 앨범「More Songs About Buildings And Foods」는 새

로운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전형을 보여준다. 80년대의 중반에 들어오면서 이

들의 전자음향은 더욱더 아방가르드의 성향을 많이 띠게 된다. 이들은 상업적인 성공을 추구하던 뉴 웨이브의 물결 중에서도 진지하게 실험을 시도한 그룹으로 인식된다.

여걸 데보라 해리의 섹스 어필로 상업적인 성공

을 거둔 밴드로 인식되고 있는 블론디는 팝 멜로디를 전면에 내세우고 디스코, 레게등을 적절히

배치한 사운드로 당시의 조류를 정확히 읽어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상업적인 성공으로 논외의 대상이 되곤 하는 이들의 음악은 뉴욕 펑크의 영향을 훌륭히 계승하였고 거기에 더해 디스코 등의 댄스 리듬을 적절히 조화시켰다. 이기 팝, 텔레비전의 톰 벌레인(Tom Verlaine)과 함께 한 투어에서 이들은 50년대 씬에 대한 존

경을 표시하였다. 70년대 팝 아이콘인 데보라 해리의 블론디는 90년대에 들어와서 잊혀지는 듯 하였지만 99년 새 앨범「No Exit」로 다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초기 로큰롤 사운드와 리듬앤블루스 비트를 바탕으로 한 복고적인 사운드에 뉴 웨이브의 감성을 혼합하였던 카스는 가장 전통적인 록의 원리에 충실한 뉴 웨이브 밴드이다. 이들의 복고적인 사운드가 담긴 78년작 「The Cars」는 각종 차트의 상위권에 수개월간 머무르는 등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큰 인기를 얻었고 84년에는 그들의 최대 히트작인 <Drive>로 건재함을 과시하였다. 보컬과 기타 그리고 작곡을 맡은 리더 릭 오카섹(Ric Ocase k)은 프로듀서로서도 명성이 높았는데 이기 팝의 앨범을 프로듀싱하기도 하였고 또한 두 장의 솔로 앨범에서 스스로 프로듀서를 맡았다.

뉴저지 출신인 이들이 뉴 웨이브의 중심지인 뉴욕에 모습을 나타낸 해는 77년이다. CBGB와 함께 뉴욕의 유서깊은 클럽으로 자리잡은 맥스 캔사스 시티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토킹 헤즈와 블론디에 비해 보다 가볍고 경쾌한 리듬으로 파티 뮤직의 대표적인 곡들로 손꼽힌다. 마치 60년대의 댄스 파티를 연상시키는 이들의 라이브는 80년대의 댄스 그룹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근래에는 모던 록밴드들에게서도 이들의 파티 지향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70suseo 올-걸 그룹(All-Girl Group)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고고스는 점스 출신의 벨린다 칼라일의 주도하에 초기에는 펑크의 영향을 받은 사운드를 들려 주었다. 그러나 곧 펑크와 결별하고 블론디의 프로듀서였던 리차드 가터러(Richard Gottehrer)의 도움으로「Beauty And Beat」를 발표하여 더블 플래티넘을 기록하면서 팝스타의 반열에 오른다. 이후 수많은 히트곡들을 내면서 걸 그룹의 잇점을 상업적으로 톡톡히 증명해 보였던 이들은 85년 벨린다 칼라일의 솔로 데뷔로 해

산을 맞이한다. 그리고 90년 이들은 다시 모이지만 예전의 인기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영화 리얼리티 바이츠(Reality Bites)에서 사용된「My Sharona」로 우리에게 기억되는 낵은 비트를 리바이벌한 음악 스타일로 당시의 복고적인 무드를 대변하였던 밴드이다. 펑크에 기본을 둔 낵의 경쾌하고 솔직한 스타일은 <My Sharona>가 수록된「Get The Knack」이 상업적으로 성공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 후 평범한 스타일의 고수로 점차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가고 이 후의 앨범들도 정당한 평가와 반응을 얻지 못하였다.

back next